알 수 없는 영역

이전에 한국어 자음에 대해 아주 간략하게 포스팅 한 적이 있다.
이번엔 한국어 폐쇄음에 대해 한번 살펴본다. 자음 19개 중에 15개가 장애음이다. 15개의 장애음 중 폐쇄음은 9개. 개인적으로 이정도면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런지 뭔가 할 말도 많다. 이번 포스팅에선 한국어 폐쇄음의 음절의 위치에 따른 음성학적 특징을 중점적으로 살펴본다. 

일단 한국어 폐쇄음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 표로 한번 보면 아래와 같다.
(IPA를 입력하는 법을 몰라 여전히 한글로 쓴다.)

 

 

 양순음

치경음 

 치경경구개음

 연구개음

 성문음

 폐쇄음 

평음

 ㅂ

ㄷ 

 

ㄱ 

 

경음

ㅃ 

ㄸ 

 

ㄲ 

 

격음 

ㅍ 

ㅌ 

 

ㅋ 

 

마찰음 

평음 

 

ㅅ 

 

 

ㅎ 

경음 

 

ㅆ 

 

 

 

파찰음 

평음 

 

 

 

 

경음

 

 

ㅉ 

 

 

격음

 

 

ㅊ 

 

 

비음 

ㅁ 

ㄴ 

 

ㅇ* 

 

유음(설측 접근음)

 

 ㄹ

 

 

 




한국어 폐쇄음이 조음되는 위치는 입술, 치경, 연구개이고 발성 유형은 평음, 경음, 격음이다. 정말 재미있는 건 발성 유형에 따라 폐쇄음이 음절에 나올 수 있는 위치가 달라진다는 점이다. 평음은 초성과 종성 위치에 모두 올 수 있지만 경음과 격음은 초성에만 올 수 있고 종성에는 위치할 수 없다. 

앞으로 어두 초성, 어중 초성, 어말의 위치에서의 폐쇄음의 음성학적 특징을 볼 텐데 어디가 어딘지 살짝 집고 넘어가면 다음과 같다.
어두 초성: “다, 다, 다”에서 ㅂ, ㅍ, ㅃ 
어중 초성: “아, 아, 아”에서 ㅂ, ㅍ, ㅃ
어말: “갑”에서 ㅂ (다시 한 번 말 하지만 격음과 경음은 이 위치에 올 수 없다.)



1. 어두 폐쇄음
이 위치엔 평음, 격음, 경음 모두 올 수 있다. 이 3가지 발성 유형에 공통점이 두 가지 있고 차이점이 한 가지 있다. 

공통점은 1) 폐쇄 후 개방이 동반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폐쇄의 개방으로 인한 순간적인 기류의 방출로 인해 스펙트로그램 상에 수직의 세로선(vertical spike)가 관찰된다. 2) 무성음으로 발화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스펙트로그램에서 유성막대(voice bar)이나 파형에서 작은 주기파(periodic wave)가 관찰되지 않는다. 

차이점 한 가지는 기식성과 관련된 것이다. 평음과 격음은 기식성이 나타나지만 경음은 기식성이 나타나지 않는다. 기식성 유무를 스펙트로그램과 파형으로 확인할 수 있다. 

기식성이 있는 평음과 격음은 스펙트로그램에서 수직 세로선(vertical spike) 이후 꽤 오랫동안 지저분한 그림이 보이고 파형에서 폐쇄 개방 후 비주기파가 발생된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앞선 포스팅에서 평음은 기식성이 없는 무기음이라고 했는데 실제로 기식성이 보이니 조금 당혹스럽겠지만 이는 다른 위치에서의 평음의 기식성과 함께 따로 언급이 될 것이다.)

반면, 기식성이 없는 경음은 스펙트로그램에서 수직 세로선(vertical spike) 이후 지저분한 그림이 안 보이고 파형 그림에서 비주기파를 찾을 수 없을 것이다.


2. 어중 폐쇄음
이 위치에도 평음, 격음, 경음 모두 올 수 있다. 어중 폐쇄음은 조금 할 이야기가 많은 편인데 살짝 나열해보면 다음과 같다.

a. 폐쇄 후 개방
b. 폐쇄구간 길이의 차이
c. 선행하는 모음의 길이의 차이
d. 기식성 유무
e. 폐쇄구간동안 성대 진동 여부의 차이

a. 평음, 격음, 경음 모두 폐쇄 후 개방이 동반된다! 
(입을 벌려 “아바, 아파, 아빠”라고 해보면 바로 알 수 있다.)


b. 자음을 발음하기 위해 닫혔다가 열리는 폐쇄구간의 시간 차이가 평음, 격음, 경음에 따라 조금 다르다. 평음은 상대적으로 짧은 폐쇄 구간을 보이나 격음과 경음의 경우 상대적으로 긴 폐쇄 구간을 보인다. (순서를 정하자면 “경음 > 격음 > 평음” 요정도? 이것도 “아바, 아파, 아빠”를 해보면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c. 발성 유형에 따라 폐쇄구간 길이만 차이를 보이는 게 아니라 선행하는 모음의 길이도 차이를 보인다. 평음 앞에 있는 모음의 길이가 경음이나 격음 앞에 오는 모음에 비해 상대적으로 훨씬 길게 나타난다. 
(순서를 정하자면 “평음 앞 모음 >> 경음 앞 모음 > 격음 앞 모음”) 

d. 기식성 유무! 어중에서는 우리가 알고 있던 데로 격음만 기식성을 보인다. 격음의 경우 성문 마찰로 인해 소음이 동반되면서 성대 진동 시작 시간(VOT)가 길어지기 때문이다. 
(평음, 경음: 무기음; 격음: 유기음)

e. 이전 포스팅에서 (한국어 자음) 한국어 자음 19개는 모두 무성음으로 분류된다고 했다. 하지만 어중에서 보면 평음의 경우 폐쇄구간 동안 성대의 진동이 동반되면서 조음된다. 스펙트로그램에서 유성 막대기(voice bar)가 파형에서 주기파(periodic wave)가 관찰된다.


3. 어말 폐쇄음
이 위치에는 평음뿐이 올 수 없다. 이 위치에서는 경음이나 격음의 분포가 제약을 받는다. 

어말 평 폐쇄음의 음성학적 특징은 폐쇄의 개방시점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스펙트로그램에서 수직 세로선 (vertical spike)가 관찰되지 않는다. 개방시점이 없기 때문에 불파음(unreleased)으로 실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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